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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뮤지컬을 잡아라(2)-성장통 앓고 있는 뮤지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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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굿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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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의 뮤지컬…그리고 기독교
[기획] 한국교회, 뮤지컬을 잡아라(2)-성장통 앓고 있는 뮤지컬
▲성장통을 앓고 있는 한국 뮤지컬계에서 가장 시급해 해결해야 할 문제로 관계자들은 부족한 인력을 꼽는다.
빛나는 한국 뮤지컬에도 문제는 있다. 사춘기 청소년들처럼 한국 뮤지컬은 급격한 성장에 따른 성장통을 앓고 있는 중이다. 커진 몸집에 비해 내실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연은 많고 사람은 없다= 국내 뮤지컬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인력 인프라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뮤지컬 배우는 물론 전문 스태프가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프로듀서, 연출가, 배우 모두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한해 1천여 공연이 진행되고 있지만 주연급으로 설 수 있는 뮤지컬 배우는 고작 20~30명에 불과하다. 전문 스태프 역시 턱없이 부족해 한 스태프가 동시에 여러 작품을 맡기도 한다.
이같은 뮤지컬계의 ‘인력난’은 배우와 스태프들을 체계적으로 양성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뮤지컬 관련학과를 둔 4년제 대학은 4~5개에 불과하고 그나마 전문대학 뮤지컬학과도 이제 막 체계를 갖추기 시작한 곳이 대부분이다.
굵직굵직한 뮤지컬 공연에서 주인공을 맡고 있는 배우들을 보면 연극영화과나 성악과 출신들이 많다. 연극영화과 출신은 노래 실력이 부족하고, 성악과는 춤과 연기에서 뒤지는데 이를 보완해 줄 만한 교육기관이나 사설학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한 제작사들이 흥행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신인배우 기용을 주저하는 것도 뮤지컬 배우 양성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다. 실제로 뮤지컬 배우를 뽑는 제작사 오디션에 몇 백명의 지원자가 몰리고 있지만, 제작사들은 이미 주연급 배우들을 다 결정한 상태에서 비중이 작은 출연자만을 뽑고 있다.
한국뮤지컬협회 윤호진 대표는 “지금 한국 뮤지컬은 선진국 수준의 문화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과도기에 있고, 당연히 그 과정에서 문제점들을 노출하고 있다”며 “그러한 문제점들 중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것이 바로 전문 인력의 양성이고 이를 위해 뮤지컬계와 정부가 합심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관객도 없다= 또 하나의 문제가 바로 갑자기 늘어난 뮤지컬 공연으로 인한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 현상이다. 말 그대로 과거에 비해 뮤지컬 공연 수는 늘었지만 그만큼 관객 수가 확보되지 못한 것이다. 뮤지컬이 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표면상의 관객수는 늘어났지만 오히려 뮤지컬 관계자들은 공연 한 편당 관객수는 줄었다며 한숨을 내쉰다.
뮤지컬 ‘마리아 마리아’의 제작사인 조아뮤지컬컴퍼니 강현철 대표는 “대극장에서 공연되고 있는 유명 브로드웨이 뮤지컬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중소 뮤지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이렇게 산업이 커지지 않았을 때는 그래도 관객이 꾸준히 들었다. 지금은 갑자기 생겨난 여러 뮤지컬 공연이 한정된 관객들을 나눠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부의 거센 도전= 일본 초대형 극단 ‘시키(四季)’가 오는 10월 28일 개관하는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극장 ‘샤롯데극장’에서 디즈니 뮤지컬 ‘라이온 킹’을 공연하기로 했는데, 국내 뮤지컬계는 이를 “거대 자본의 한국 뮤지컬 시장 잠식”이라며 공연에 반기를 들었다. 한국 극단의 뮤지컬 공연 입장료가 최대 12~13만원인 것이 비해 ‘라이온 킹’의 입장료는 최대 9만원으로, 이제 막 형성된 국내 뮤지컬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한국뮤지컬협회 윤호진 대표는 “시키가 막대한 자본을 들여 자신들의 창작품이 아닌 흥행성 높은 디즈니의 뮤지컬로 한국 공연을 한다는 것은 시장을 장악하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자본력이 약한 국내 마이너 극단들은 모두 죽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이번 ‘라이온 킹’ 공연이 오히려 한국 뮤지컬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일부 뮤지컬 관계자들은 “뮤지컬 시장이 커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 뮤지컬을 한번도 접하지 못한 사람이 수두룩하다”며 “싼 가격의 수준높은 공연이 있다면 뮤지컬 보급 차원에서도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 한국 뮤지컬계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이번 ‘라이온 킹’의 공연을 반긴다.
결론적으로 이번 ‘라이온 킹’ 공연 논란으로 한국 뮤지컬계가 중대한 변화의 시점에 직면한 것만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이번 ‘라이온 킹’ 공연을 계기로 한국 뮤지컬계가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 오던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것을 개선하는 데 모든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해외의 초대형 극단들과도 경쟁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춘 극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소용돌이 속 기독교 뮤지컬= 한국 뮤지컬계가 갖고 있는 이러한 문제와 과제는 한국의 기독교 뮤지컬 작품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여기에 일반 제작사에 비해 자본력이 약한 기독교 뮤지컬 제작사가 한국 뮤지컬계의 문제점들을 극복하고 수준높은 뮤지컬 작품을 만들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아직 한국 뮤지컬이 급변하는 과도기에 있다는 점에서 기독교 뮤지컬이 국내 뮤지컬계에서 ‘무게있는 존재’로 자리잡을 수 있는 여지는 충분히 있다.
국내 기독교 뮤지컬 관계자들은 그러한 근거로 한국의 전체 뮤지컬 종사자들 중 70% 이상이 크리스천이라는 점을 든다. 기독교 뮤지컬 극단인 ‘마굿간’의 박상용 단장은 “지금 연극계나 뮤지컬계에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과거 교회의 문학의밤 출신들”이라며 “80년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할 수 있었던 곳은 교회 문학의밤을 포함해 몇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하나, 국내 뮤지컬 관객들이 뮤지컬을 선택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작품성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기독교 뮤지컬이라는 점 때문에 특별히 관람을 피하는 관객은 드물다는 것. 조아뮤지컬컴퍼니 강현철 대표도 “‘마리아 마리아’ 관램객들 중 사실 기독교인은 얼마되지 않았다. 대부분이 비기독교인들이었고 그 중에는 불교신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기독교 뮤지컬이 좋은 배우와 스태프, 그리고 수준 높은 작품성으로 국내 뮤지컬계에 자리를 잡으려면 바로 이러한 요소들에 기독교가 적극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플레이뮤지컬컴퍼니 윤지영 실장은 “뮤지컬 종사자들 중 상당수가 크리스천임에도 그들이 기독교 뮤지컬에 적극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며 “결국 기독교 뮤지컬과 관련된 모든 여건이 아직은 세상의 뮤지컬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반적인 인력난을 겪고 있는 국내 뮤지컬계를 위해 기독교가 뮤지컬 아카데미를 만드는 등 한국 문화에서 새로운 문화코드로 떠오르고 있는 뮤지컬에 좀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속>
김진영 기자
jykim@chtoday.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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